정담은식당

정담은 식당 - 동원 · 칼국수,백반

회화작가 김효성

이곳을 떠올리면 딱 떨어지는 단어가 있다 “정갈”, “소담”. 그래서 나는 동원 식당을 ‘정담은 식당’이라고 명하고 싶다. 이곳은 내가 늘 상 시간을 보내는 임당동 작업실 앞에 자리 잡고 있다. 작품이 안 풀릴 때, 출출할 때 스윽 가서 밥 한끼 먹으며 사장님과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 나누며 뜨거운 머리를 식히고 오곤 한다. 멋 좀 아는 둘째언니가 차려준 것 같은 테이블 셋팅과 매일 바뀌는 반찬이 자꾸 나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 공간은 1970년 후반부터 동원칼국수라는 이름으로 오랜 기간 자리 잡고 있던 곳이다. 4대째 주인이 바뀌면서 현재 사장님이 2014년 4월에 인수했다고 했다. 그해 여름 강릉시 에서 추진하던 아름다운 간판조성사업으로 2014년 늦가을 동원칼국수에서 동원식당으로 네임이 바뀌고 백반까지 추가되면서 칼국수, 만둣국, 콩국수(여름메뉴), 백반으로 구성 되었다. 

 지금이 딱 뜨끈한 칼국수와 만둣국 한 그릇이 절실해지는 계절이고, 맛깔스럽게 차려진 백반 한상이 하루의 든든함으로 다가온다. 

바깥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사실 외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조미료를 넣지 않아 담백하고 신선한 유기농 재료의 맛과 건강이 살아있는 집 밥, 물 한잔도 도자기 주전자에 우려낸 찻잎으로 내어주는 곳. 내가 즐겨 찾는 이유 중 하나이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은 몸과 마음이 릴렉싱 되는데, 뮤직테라피에 활용하는 음악을 틀어놓으셨다는 사장님의 센스가 무척 배려있게 느껴진다. 

 바쁘게 돌아가는 직장인들이 탈출 할 수 있는 점심 저녁시간, 하루가 길어 지쳐서 오는 사람, 한번 오고 안 오는 사람, 사장님과 얘기하는 시간이 즐거운 사람,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에게 마음의 허기를 채워 나가는 곳이 되길 바란다는 사장님이 말씀이 새삼 와 닿았다. 마치‘카모메 식당’의 한 장면처럼 이야기로 가득한 공간에 밥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대화하는 듯하다. 영화 속 배경지인 핀란드 헬싱키 마을 마을을 찾아다닐 정도로‘카모메 식당’이라는 영화를 좋아했던 나는 그래서인지 동원식당의 분위기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동원식당을 소개하며 김지아 사장님과의 인터뷰를 함축한다면 바로 一期一會(일기일회);평생 단한번의 만남, 그 기회를 소중히 하는 것.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손님을 정성을 다해 대접해는 것이 이곳의 철학이다. 끼니를 파는 밥집이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장사를 하는 곳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일이다. 

 나 또한 현재 운영 중인 미술 공간 “뮤제”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인연을 소중히 하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 본연의 자리에서 초심을 지켜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글을 마친다.  

- 회화작가 김효성